
모두 연봉 협상(또는 조정) 잘 마무리 하셨을까요? 저희는 2월까지 팀과 개인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고요. 그 결과를 활용해서 3월 내내 연봉 조정을 진행하는데요. 오늘은 이 과정에서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보상의 의미 : 교환으로서 보상
입사하면 근로계약서를 쓰는데요. 계약서에는 임금, 휴일, 휴가와 같은 ‘권리’ 와 업무 장소, 해야되는 일, 일하는 요일과 근무 시간 같은 ‘의무’ 를 함께 명시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보상. 즉, ‘임금’ 은 개인이 기업에 근로를 제공(= 의무)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 권리)를 받는 교환의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은 이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도 하며 여행, 운동과 같은 취미 활동은 물론 가족, 친구들과 외식을 하기도 하고요. 기업은 개인의 역량. 개인이 제공한 일의 결과물로 생산도 하고 영업도 하고 돈을 벌어서 신기술, 신사업에 투자하고 유,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업을 영위해 나갑니다.
개인은 임금 수준을 높여 경제적 안정성과 더 나은 생활 수준을 추구하고 기업은 비슷한 임금 수준으로 더 나은 스킬, 지식, 경험을 보유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보유한 지식과 스킬, 경험치, 제공하는 일의 양과 질은 결코 균일하지 않습니다. 직무에 따라 일의 퀄리티 측정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요. 모든 개인은 살아온 삶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다양한 개인의 역량, 일의 결과를 균일하게 측정하기도 어렵고요.
개인과 기업 상호간 보상에 대한 기대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협상이 진행됩니다. (어느 설문조사에 의하면 참여자의 80% 이상이 협상 아닌 통보…였다고도 하네요)
일의 대가가 우유 한 팩에 얼마, 계란 한 판에 얼마! 이렇게 정찰제라면 어떨까요? (물론, 일부 표준화 된 임금이 존재하는 산업, 직군이 있기도 합니다)
기업이 보상을 결정할 때
기업이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 다양한 내, 외부 환경을 고려하고 어떤 방향을 가지고 보상 정책을 운영할지 고민합니다.
1. 외부 환경
- 인플레이션, 사회보험료 인상률 등 지표는 개인의 실질소득. 즉 생활 유지와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임금을 3% 인상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생활비가 3% 올랐다면 실질소득은 변화가 없겠죠.
- 최저임금, 업계의 연봉 수준, 특정 직군 또는 직무의 시장 임금 수준은 구성원 리텐션과 연결됩니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아무래도 보상 수준이 더 높은 곳으로 이직할 유인이 생기거든요. 최저임금은 법적 의무이기도 합니다.
2. 내부 상황
- 매출, 영업이익, 캐시플로우도 보아야 합니다. 현재의 자금 상황은 물론 앞으로의 자금도 충분해야 좀 더 높은 보상 수준을 정할 수 있겠죠.
- 조직 전체, 팀 또는 개인의 성과나 기여도, 역량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동기 부여, 생산성 향상, 핵심 인재 유지를 위해 중요합니다.
3. 보상 철학
- 외부 환경과 내부 상황에 따라 보상 철학도 영향을 받는데요. 생존 스탠스에서 고정비를 절감하고 단기적 재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높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투자 관점에서 구성원의 역량, 잠재력 등을 보고 공격적으로 보상 재원을 편성할 수도 있겠네요.
- 한편, 책임과 기여도가 큰 고연차, 높은 직급 또는 직책을 가진 구성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저연차, 주니어를 육성하고 기회를 주기 위해 하후상박으로 보상(안)을 정할 수도 있죠.
- 그 밖에도 어떤 직무에 대한 수요과 공급, 기업 내에서의 희소성도 보상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 아리스토텔레스
개인이 보상(안)을 수용할 때
개인이 기업에서 제시하는 보상(안)을 수용할 때도 다양한 것을 고려합니다.
- 개인 생활 : 기본적으로 이 보상으로 현재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가를 보겠죠.
- 시장에서의 가치 : 동일 업종 및 직군에서의 보상 수준을 가늠해보고 현재 나의 역량, 경험의 가치를 짐작하고 심리적인 만족감, 성취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 동기부여 : 팀 또는 개인의 성과, 기여도, 역량 수준에 대한 차등 보상은 역량을 향상시키고 성과를 내기 위한 동기 요인이기도 해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요.
연봉은 매슬로우 5단계 이론에서 생리적, 안전, 인정의 욕구와 같이 여러단계에 영향을 미침
HR 담당자의 역할
결국 보상은 기업과 개인 간의 교환, 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서로의 관점이 다른데 누구도 손해 보려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각자가 고려하는 부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서로의 입장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만족도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HR 담당자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기업 관점에서
- 왜 이와 같은 보상 정책이 수립됐는지? 보상 방향은 무엇인지?
- 왜, 어떻게 재원이 편성됐는지?
- 이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맥락과 상황을 설명하기
2. 개인 관점에서
- 구성원의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하고 개인, 가족에 특수한 상황은 없는지 체크하기
- (C player가 아니라면) 구성원에게 적어도 동일 업종 및 직군에서의 보상 수준과 유사한 보상(안)을 제시(Match the market)하기. 그게 어려운 상황(Lag the market)이라면 왜 어려운지 충분히 설명하기
- 개인의 기대치를 인지하고 성과,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 주기
충분한 정보 제공, 소통으로 서로에 대해 조금만 더 이해해 보아요
일희일비 하지 말아요
연봉 협상(또는 통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연봉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지만 금전적 보상 외에 총 보상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금전적 보상 외에도 경력 개발의 기회, 학습 지원, 업무지원 정책, 복리후생 제도와 같은 것들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한 번은 스타트업에 높은 연봉 인상을 제안받고 합류했다가 경영 악화 상황이 되니까 합류 시 인상했던 임금 인상율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수 개월 임금 삭감을 감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당장 1년간 임금 인상률이 몇 %인지보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일희일비 하기 보다 지금부터 어떤 도전을 할지, 무엇을 해볼지, 어떻게 내 가치를 높일지 고민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The journey is the reward" - 스티브 잡스
글: 스토어링크 피플팀 이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