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 프로젝트 선택 가이드
프리랜서가 사는 세상
6화에서는 완전 역발상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많은 이들이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 기획 관련된 책에서 나오는 MECE, 로직트리, 마인드맵, 만다라차트 등의 도구나 각종 메모 기술 등을 실제로 활용해 보려 노력을 한다. 현실은 어떨까? 책을 보면 어찌 될 것 같은데 실전에 들어가면 잘 써먹기가 어려운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마인드맵, 로직트리, MECE, 만다라차트 등 우리가 아는 생각 정리 도구들이 ‘발상’을 하는 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전 직장에서 한 팀장이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에 마인드맵으로 만든 자료를 가지고 와서 발표한 적이 있다. 발표를 듣던 경영진들은 시간이 갈수록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해졌다. 그리고 결국 그 팀장에게 한마디를 했다.
“그래서 결국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또 비슷한 상황에서 수많은 화살표로 이루어진 원인분석도를 만들어 와서 보고한 팀장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 역시 보고를 받은 경영진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핵심이 뭐예요? 한마디로 뭘 원하는 겁니까?”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 정리가 잘 됐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바로 ‘그래서 한마디로 요약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이다.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정리한 생각들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정보들이 논리적으로 구성은 돼 있지만 완벽한 ‘생각 정리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는 ‘엘리베이터 테스트’라는 규칙(rule)이 있다. 고객사의 경영진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내려가는 30초 동안 그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그 컨설턴트가 자신의 논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거나 정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게 된다.
사실 자신의 생각을 단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예전에 기획서를 가지고 보고를 들어갔다가 크게 당한 경우가 있었다. 필자는 대리 선임자였고, 보고 받는 분은 경영전략담당 상무님이었다. 필자는 내가 만든 멋진 보고서를 믿고 보고에 들어갔는데 성격 급하신 그분은 보고서를 낚아채며 막 넘기며 물었다.
“그래서 뭐 하자는 건데?”
순서대로 설명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훅 질문이 들어오니 어리벙벙했다. 그랬더니 다시 보고하라고 하는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배웠다. 논리적으로 잘 짜인 보고서만 믿고 들어갔다가 기습적인 질문에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필자는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 첫 메시지에서 결론을 이야기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번 조사 결과 서비스 장애의 핵심 원인이 시스템 구조의 복잡성으로 밝혀졌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가 현재 회사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 타깃 리쿠르팅을 통해 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시스템 구조 전문가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두 번째로 시스템 구조 개편 전까지는 장애 전파체계를 구축하여 장애 대응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서 3페이지에 이에 대한 종합적인 현황과 대안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완벽한 생각 정리를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핵심만 이야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최대 3가지 정도로 압축해보는 식이다. 나머지 부연적인 설명은 보고서나 제안서 등의 관련 자료로 제시하면 된다.
이런 훈련을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구두로 보고를 하든, 문서로 보고를 하든 편차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명한 메시지를 정리하는 훈련이 기획력, 보고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필자는 몇 년 전에 한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회사 성장을 위해서 영업/마케팅을 담당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한 전자제품 회사의 제품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전국 배송 건을 얻기 위해서 콜드콜을 했다. 물류 팀장에게 무작정 전화를 건 것인데 20~30초 정도의 서비스 소개 문구를 만들어 전화를 들자마자 속도감 있게 소개를 했다. 소개가 끝나자 그럼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의견을 들었고, 마침내 계약이 성사되어 월 수천 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한마디로 요약하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자주자주 던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고 문서화 하는 훈련을 많이 해보면 기획력과 보고 능력이 함께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배운 한마디로 요약해 보는 방법으로 빠르게 콘셉트를 도출해 보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3W1H 콘셉트 도출법’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 방법의 질문을 활용하면 빠르게 콘셉트 초안을 도출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큰 업적이나 성취를 이뤄낸 사람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생각 정리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그들은 대부분 ‘통찰력(Insight)’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윌리엄 더건은 그의 책 《제7의 감각 – 전략적 직관》에서 ‘인류사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때’에는 여지없이 ‘섬광 같은 통찰력’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제시한 역사적인 사례들은 이렇다.
그는 통찰력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마치 머릿속의 뿌연 안개를 뚫고 지나가는, 선명하고 반짝거리는 생각’
실제로 주변에 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대부분 이런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은 필자의 지인에게서 이와 관련한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지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추진하던 사업의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사업 존폐를 놓고 회의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 지인은 이 고비만 넘기면 분명 활로가 뚫릴 것이니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반면, 경영전략 담당자는 엑셀로 작성한 분석 자료를 내밀면서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니 최대한 이익을 챙기고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결론이 나지 않자 결국 그 지인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분석에만 의존하면 어떻게 사업을 합니까? 그렇게 자신이 없으시면 제가 사업권을 사서 나가서라도 계속 추진해보겠습니다!”
결국 오랜 논쟁 끝에 그 지인의 의견대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얼마 뒤 그 사업은 공전의 히트해서 회사에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 지인은 이 경험담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여러 상황과 정보들을 파악하다 보니 ‘이건 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떠오르더군요. 분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성공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생각 정리 도구를 쓰든, 산책하다가 영감을 얻든 우리는 이런 선명한 생각, 즉 통찰을 얻어야만 일이나 사업, 문제해결 등에서 진정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물론 이런 통찰력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 평소에 정보력, 몰입 등 여러 역량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찌 보면 생각 정리 능력, 한마디로 요약하는 능력은 ‘결론을 내는 능력’이다. 학교 다닐 때 리포트를 많이 써 봤을텐데 대부분 현황분석은 잘하지만 결론은 잘 못 내는 경우가 많다. 결론도 결국 짜깁기가 많았을 것이다. 실무현장에서 기획할 때 차이가 나는 능력은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마디로 요약하며 자주 결론을 도출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글ㅣ이윤석 GS ITM 인사실 상무
다양한 조직을 성장시키는 Value Creator이자 HR전문가이다. 리더십, 공통역량 분야 13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현재 IMM인베스트먼트 Value Creator로 GS ITM을 성장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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