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가 살아있다: AI와 IoT가 관리하는 원티드 오피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는 밤이 되면 전시물들이 깨어나 움직입니다. 원티드랩 오피스도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만 깨어나는 게 공룡 뼈가 아니라 센서와 규칙이고, 아침에 출근한 직원이 마주하는 건 난장판이 아니라 잘 정리된 보고서라는 점이 다르죠.
저는 원티드랩 피플팀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코드는 한 줄도 쓸 줄 모르는 비개발자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오피스는 사람이 없어도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고, 누수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알람이 오고, 매일 아침 밤사이 오피스에서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보고합니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원티드랩 오피스 통합 관리 시스템
총무/시설 담당자가 늘 마주하는 질문
총무 일을 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게 됩니다. 사람이 24시간 지킬 수 없는 공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회의실이 덥다는 구성원의 슬랙 메시지, 퇴근 후에도 돌아가는 에어컨, 아무도 없는 시간에 정수기 아래로 새고 있는 물, 그리고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서버실 온도.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놓치는 순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이걸 사람이 계속 지켜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죠. 그래서 지켜보는 일을 아예 시스템에, 그것도 AI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STEP 1. 오피스 곳곳에 눈을 달다
먼저 원티드랩이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35층 오피스 곳곳에 IoT 센서를 설치했습니다. 회의실과 라운지, 개방형 업무 공간, 서버실까지 13개 공간에 온도 센서를 놓고, 누수 위험이 있는 곳에는 누수 감지 센서를,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CO2, TVOC를 재는 공기질 센서까지 더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회의실 에어컨은 리모컨으로 켜고 끄는 구형 에어컨입니다. 스마트 기능이 전혀 없죠. 그런데도 지금은 대시보드에서 원격으로 켜고 끕니다. 비밀은 리모컨 신호를 대신 쏴주는 작은 IR 장치인데, 이 덕분에 에어컨을 교체하지 않고도 스마트 에어컨처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거창한 장비를 새로 사는 대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오피스 온도 관리 시스템
STEP 2. 판단은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이 한다
센서를 달았다고 끝은 아닙니다. 사실 온도를 보여주고 조절하는 것 정도는 기성 IoT 앱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진짜 차이는 그 데이터를 가지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티드랩의 근무시간, 오피스 공간의 특성(해가 어느 구역에서 먼저 뜨고 어디로 지는지), 우리만의 운영 기준을 그대로 규칙으로 넣었습니다. 단순히 ‘온도가 높으면 에어컨을 켠다’ 수준이 아니라 이런 식입니다.
- 평일 업무 시간에 회의실이 26.5도를 넘으면 에어컨을 켜고, 23도 아래로 내려가면 끕니다. 매일 밤 9시가 되면 전체 에어컨을 끕니다. 누가 끄고 퇴근했는지 아무도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 원티드랩 사무실은 통유리 건물이라 해가 넘어가는 서쪽 자리는 오후만 되면 온도가 급격히 오릅니다. 그 구역은 기준을 따로 잡고, 더워지기 전에 미리 냉방을 시작해 둡니다.
- 서버실은 일반 규칙과 완전히 분리해서, 위험 온도를 넘기면 밤낮없이 즉시 경보합니다.
- 공휴일 정보를 매일 자동으로 갱신해서, 대체공휴일에도 알림과 자동제어가 알아서 멈춥니다.
- 실내 CO2 농도가 높아지면 건물방재실에 환기요청을, 미세먼지가 나쁘면 공기청정을 안내합니다.
범용 솔루션은 일반적인 상황을 다루지만, 직접 만들면 우리 상황에 맞출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오피스 관리 솔루션
STEP 3. 상황실 근무자 피플이, 그리고 자비스
이 시스템의 얼굴은 피플팀의 AI 직원 '피플이'입니다. 피플이는 24시간 상황실을 지키다가 조치가 필요할 때만 슬랙으로 말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엔 알림이 딱딱한 경고문이라 다들 무심코 넘기더군요. 그래서 말투를 바꿨습니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요.
"긴급입니다. 선라이즈 라운지 정수기 하부에서 물이 감지됐습니다. 지금 바로 현장 확인 부탁드립니다."
"Wanted 회의실이 27.2도까지 올랐군요. 에어컨을 가동하겠습니다. 곧 쾌적해질 겁니다."
같은 정보인데 읽는 사람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8시에는 밤사이 최고온도, 에어컨 가동 이력, 누수 여부, 센서 배터리 상태를 요약해서 출근 전에 보내줍니다. 문제가 터진 뒤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출근하기 전에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이죠.
AI 직원 피플이
STEP 4. 시스템이 시스템을 감시하다
몇 달을 운영해 보니 만들 때는 몰랐던 걸 배웠습니다. 좋은 시스템은 사고를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상태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느 날 회의실 센서 하나가 조용해졌는데, 아침 리포트가 배터리 방전을 먼저 알려줬습니다. 사람이 발견했다면 며칠은 걸렸을 일입니다. 또 한번은 센서 허브 전원이 꺼져서 전체 데이터가 멈춘 적이 있었는데, 이 경험을 계기로 "센서 전체가 동시에 조용하면 사람에게 알린다"는 자가 진단 규칙을 추가했습니다. 시스템을 시스템이 감시하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5분마다 전 공간의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어느 공간이 몇 시에 가장 더워지는지, 회의가 길어지면 CO2가 얼마나 오르는지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 데이터가 다음 규칙의 근거가 됩니다.

사무실 공간별 온도 지도
개발자가 아니어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
구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IoT 플랫폼의 호출 제한에 걸려 구독이 통째로 끊기기도 했고, 센서 하나가 조용한 게 고장인지 정상인지 판단하느라 며칠을 헤매기도 했죠. 그럼에도 코드 한 줄 못 쓰는 총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원티드랩이 AI를 대하는 방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티드랩에서 AI는 특정 팀의 도구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입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띄워볼 수 있는 사내 클라우드 환경이 있고, 툴 사용법이 아니라 내 업무의 문제를 정의하는 법부터 가르쳐주는 AX 챔피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개발자가 시스템을 만들다 막혔을 때 그걸 이상하게 보지 않고 내 일처럼 같이 파고들어 주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개발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걸, 회사가 환경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글로만 설명하기 아쉬워서, 원티드랩 오피스 관리 시스템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센서 배치와 자동 조치 규칙, 실제 대시보드 화면까지 담았으니 편하게 구경해 보세요.
오피스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거창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 공간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규칙을 하나씩 쌓아 올렸을 뿐입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오피스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자가 일상의 불편함을 직접 캐치하고, 사내 AI 툴을 엮어 빠르게 맞춤형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 원티드랩에서 AI는 이렇게 현장에서부터 스며듭니다. 사람이 24시간 지킬 수 없는 문제를, 사람이 만든 도구가 24시간 대신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를 만든 사람이 개발자가 아니라는 것, 그게 원티드랩이 AI를 대하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원티드랩 피플팀 이찬영

AI 직원 피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