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이 가장 많이 사용한 AI 에이전트는? | 피플팀 AI 허브, 도피처
지난 글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고 아침마다 보고하는 원티드랩의 스마트 오피스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공간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다만, 이번 공간은 층도 없고 도면도 없습니다. 피플팀이 올해 들어 하나씩 만든 AI 에이전트 20개가 모여 있는 웹 허브 공간으로, 이름은 '도피처'입니다.
이 공간을 왜 만들게 됐는지, 20개의 에이전트를 어떻게 정리했는지, 그리고 모아 놓고 보니 무엇이 보였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원티드랩 피플팀 AI 허브 도피처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웠던 일
에이전트는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사원증을 두고 온 사람이 많아서 하나, 경조사 안내를 매번 반복해서 하나, 손님 출입 등록이 번거로워서 하나. 만들 때마다 슬랙에 공지를 올리고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금까지 만든 것들을 쭉 적어 보니 어느새 20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소는 전부 제각각이고, 공지는 스크롤 아래로 내려가 있고, 신규 입사자는 그런 게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한곳에 모아 둘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이전트를 만들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만드는 것보다 사용하게 만드는 게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잘 만든 에이전트도 필요한 순간에 떠오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래서 새 에이전트를 하나 더 만드는 대신, 있는 에이전트를 한 화면에 모으기로 했습니다.
STEP 1.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 도피처
주소를 외우라고 하는 순간 아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사람들이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하도록 일부러 자극적인 단어를 골랐습니다. 도피처. 뜻은 이렇게 풀어 두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피플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주는 곳. 앞 글자를 따면 도, 피, 처가 됩니다. 이제 슬랙에서 누가 뭘 물어보면 답이 한 줄로 끝납니다. “도피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STEP 2. 에이전트 20개를 나누는 기준
도피처에는 구성원이 직접 사용하는 에이전트 20개가 카드 형태로 올라가 있습니다. 순서는 만든 순서가 아니라 자주 찾는 순서입니다.
맨 위는 가볍고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자율 좌석 체크인과 실시간 3D 오피스 맵을 담은 원티드플래닛 체크인, 사원증을 두고 온 날 출입을 해결하는 사원증 미소지 헬퍼, 경조사 신청, 성장지원비 신청, 분실 사원증 재발급, 오피스 라운지 배경 음악을 신청하는 주크박스, 그리고 손님에게 받은 메시지를 그대로 붙여 넣으면 출입등록이 끝나는 방문자 출입등록입니다.
그 아래는 사무실에서 실제 창구 역할을 하는 것들입니다. 방문객을 맞는 인포메이션 키오스크, 사내 도서 대여 키오스크 북키, 임시출입증과 주차권과 자산 대여를 한 번에 처리하는 총무신청 대시보드, OA룸 비품 신청이 여기 있습니다.
세 번째 단은 포털과 가이드입니다. 성과관리 에이전트, 사내 클럽 포털, 온보딩 포털, 원티드랩 방문 가이드, 도서 구매 신청, 그리고 브랜드경험팀이 만든 AI 명함 신청까지 올렸습니다. 피플팀 것만 고집하지 않고, 구성원이 찾을 만한 건 다른 팀 것도 함께 두었습니다.
마지막 단은 품의 작성 도우미입니다. 출장 품의와 노후 노트북 교체 품의처럼 양식이 복잡한 건도 질문 몇 개에 답하면 품의 초안이 만들어집니다.
구성원들이 자주 찾는 순서로 배치한 20개의 카드
STEP 3. 이름이 아닌 상황으로 검색하는 에이전트
한 화면에 모아도 카드가 20개나 되면 원하는 것을 바로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성원은 에이전트 이름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사원증 미소지 헬퍼’라는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만든 저뿐이죠.
그래서 검색창에는 에이전트 이름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는 말을 걸어 두었습니다. ‘깜빡’이나 ‘두고 옴’을 치면 사원증 미소지 헬퍼가 뜨고, ‘책 사줘’를 치면 도서 구매 신청이, ‘어디 앉지’를 치면 원티드플래닛 좌석 체크인이 뜹니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손님’, ‘주차권’, ‘협력사’ 어느 것을 검색해도 방문자 출입 등록으로 이어집니다. 에이전트 이름을 몰라도 지금 처한 상황만 입력하면 필요한 에이전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이름이 아닌 상황 단어로 찾는 검색
STEP 4. 사용 데이터로 확인한 것들
한곳에 모으고 나니 그동안 못 하던 일을 하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에이전트별 사용 데이터를 쌓는 일입니다. 카드를 누를 때마다 어떤 에이전트가 몇 번 눌렸는지 기록하는 작은 카운터를 붙였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인사이트 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이달과 이주에 가장 많이 사용된 에이전트, 요일별 사용량 같은 것들이죠. 누가 눌렀는지는 세지 않고 에이전트 단위 횟수만 셉니다. 7월 말부터 세기 시작했고, 이 글을 쓰는 9월 중순까지 약 7주 동안 쌓인 클릭은 1,100회입니다.
그래서, 구성원이 가장 많이 사용한 에이전트는 무엇이었을까요? 1위는 원티드플래닛 체크인이었습니다. 전체 클릭의 4분의 1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자율좌석제인 원티드랩에서 출근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리 잡기니까요. 매일 하는 일에 붙은 에이전트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2위는 성장지원비 신청, 3위는 주크박스였습니다. 하나는 지원금과 관련된 에이전트이고 다른 하나는 재미를 위한 에이전트인데, 둘이 나란히 있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8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주크박스가 2위였습니다. 그 뒤를 경조사 신청과 방문자 출입등록이 이었습니다.
도피처 인사이트: 구성원이 가장 많이 사용한 에이전트
요일에 따른 데이터 변화도 보였습니다. 화요일이 가장 바쁘고, 주말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출근해야 돌아가는 도구라는 뜻이죠.
숫자가 낮은 에이전트에서도 배운 게 있습니다. 온보딩 포털은 7주 동안 열 번 남짓 눌렸습니다. 그 숫자만 보면 지워도 될 것 같지만, 새로 입사한 분에게는 첫 출근날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 페이지입니다. 많이 사용되는 게 중요한 에이전트가 있고, 꼭 필요한 순간에 한 번 사용되는 게 중요한 에이전트가 있더군요. 횟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지, 없앨 에이전트를 고르는 근거는 아니었습니다.
이같은 사용 데이터는 도피처 운영에 바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카드 순서는 많이 사용된 에이전트가 위로 오도록 조정하고, 클릭이 적은 에이전트는 바로 없애는 대신 이름과 설명을 먼저 고쳐서 다시 지켜봅니다. 예전에는 감으로 짐작하던 사용 여부를 이제는 데이터로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에이전트 사용 빈도 순위
도피처는 구성원용 사내 화면이라 여기에 링크를 싣지는 않지만, 피플팀의 AI 에이전트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외부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각 에이전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편하게 구경해 보세요.
가장 많이 사용한 에이전트가 말해주는 것
수집된 데이터 중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용량 1위 에이전트가 화려한 AI 기술을 자랑하는 기능이 아니라 매일 아침 좌석을 잡는 단순한 체크인 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구성원들은 그저 AI라는 이유로 도구를 쓰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내 일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기 때문에 사용할 뿐이죠.
그래서 에이전트는 개발이 끝난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 필요성을 느끼고 클릭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 수많은 클릭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니 다음에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주간 쌓인 1,100번의 클릭은 다음 에이전트를 기획할 충분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에이전트가 탄생할지, 그 답은 앞으로 쌓일 데이터가 알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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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원티드랩 피플팀 이찬영

에이전트 사용 빈도 순위